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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렌토 R이 등장했다. 화려하게 포장된 보도자료가 그대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우린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쏘렌토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7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기아의 야심작 쏘렌토 R. 발표 12일 만에 2,400여 명이 예약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마력짜리 R 엔진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듣고 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기아는 기사 마감이 코앞인데도 시승차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 목 빠지게 쏘렌토 R의 시승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은 어찌하라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서울모터쇼에서의 만남을 더듬었다.
‘로하비’라고 불러도 될까요?
‘쏘렌토 R의 앞모습은 당당하면서도 날렵하다. 기아차 패밀리 룩이 반영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일체화가 돋보인다. 구형 쏘렌토에 비해 차체를 낮춘 옆모습은 역동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며 뒷모습은 안정감 있고 절제된 이미지를 살렸다.’(보도자료 중에서)
쏘렌토 R 발표회장에서 피터 슈라이어가 읽어 내려간 보도자료의 한 구절이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호랑이 코와 입(그렇다고 치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릴을 중심으로 가로방향의 날카로운 블랙베젤 헤드램프를 배치한 시도는 기아의 새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봐줄 만하다. 그러나 로체의 향기가 너무 짙다. 비슷한 컨셉트로 가되, 헤드램프의 볼륨감을 강조하고 크롬 그릴의 두께를 조금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투톤으로 처리된 범퍼는 SUV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언더 그릴과 안개등 주위에도 벌집모양으로 디자인해 통일감을 주었지만 그 사이를 조금 메웠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플라스틱 커버를 붙인 하우징 안에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집어넣었다. 현대 싼타페와 같은 크기인데,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한 치수 키워도 좋았을 것이지만 값과 연비를 고려해 18인치로 결정했다. 뒤로 갈수록 키를 높인 쐐기형 디자인은 스포티함을 나타내기에 알맞다. 지저분한 몰딩을 대지 않고 캐릭터라인으로 마무리한 점도 좋다. 다만 D필러가 너무 두껍다. 날카로운 실루엣의 앞모습과 조금 엇박자를 내는 듯해 아쉽다. 테일램프를 비롯해 뒷모습이 모하비를 닮았다. 그래서 완성된 모습이 로하비(로체+모하비). 이런 식이라면 로체 얼굴에 포르테 뒷모습은 어땠을까? 너무 급이 떨어지려나?
감성 부족하지만 기능성은 합격
‘쏘렌토 R의 인테리어는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과 세련된 디테일을 통해 도시적 감성을 자극하고 편의성을 높였다.’(보도자료 중에서)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고 실내 구성이 로체 이노베이션을 닮았다. 아우디도 A6과 Q7의 실내가 비슷하니 그리 화를 낼 일은 아니다. 3개의 원을 포개 놓은 계기판과 스타트 버튼,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단말기와 리어뷰 모니터를 내장한 룸미러는 앞으로 현대·기아의 고급 모델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할 요소다. 직관적인 공조 스위치의 디자인도 훌륭하고 도어 손잡이와 윈도 스위치의 배열도 나무랄 데 없다.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까지 히팅 기능을 갖췄지만 시트 질감은 인조가죽과 천연가죽 모두 싼타페와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쿨링 기능은 아쉽게도 운전석만 있다. 대시보드와 콘솔박스의 플라스틱 재질은 차급과 어울리지 않게 싸 보인다. 감성 품질은 싼타페보다 못하다.
동급 최대의 차체(4,685×1,885×1,710mm)를 바탕으로 3열 7인승 시트를 갖췄다. 다만 휠베이스가 2,700mm로 싼타페와 같아 2열 시트의 레그룸(구형 쏘렌토보다는 넓다)은 두 모델이 비슷하다. 3열 시트는 싼타페보다 편안하지만 평균키의 어른이 타면 앞좌석에 무릎이 닿고 머리는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한 수준이어서 장거리 여행에선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3열 시트를 위해 별도의 공조장치를 마련하고 투명한 파노라마 루프를 달아 조금 위안이 된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넓고 평평한 공간이 마련되어 실용적이다. BMW X5처럼 테일 게이트가 위아래로 열리는 것을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모노코크의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모노코크 방식은 프레임 방식에 비해 승차감과 실내공간 활용성이 강조되며, 가벼운 차체로 연비가 우수하여 고급스럽고 세련된 도시형 SUV에 어울린다.’(보도자료 중에서)
쏘렌토 R은 구형 쏘렌토의 프레임 보디를 버리고 싼타페와 같은 모노코크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보디 전체를 하나의 구조물로 만든 모노코크 방식은 거의 모든 승용차에 쓰이는 방식으로 무게를 줄이고 실내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보디 강성이 프레임 방식보다 약하기 때문에 오프로드와 같이 거친 노면에서는 불리하다. 쏘렌토 R이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 성능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형 쏘렌토의 홍보자료에는 ‘일반 승용 SUV보다 훨씬 뛰어난 강성으로 험로 주행 때 차체의 변형을 막는다’고 쓰여 있었다.
200마력의 파워를 느껴 보시라
‘쏘렌토 R은 최첨단 R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최고의 동력성능과 연비를 확보했다.’(보도자료 중에서)
파워트레인에 대한 정확한 비교는 직접 시승한 후 내릴 결론이지만 아직까지 여건이 안 되니 수치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 쏘렌토 R은 2.2L 디젤, 2.4L 휘발유, 2.7L LPI의 3가지 엔진을 얹었다. 휘발유와 LPI 엔진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각 최고출력 175마력과 162마력을 내 2.2L R 엔진(200마력)보다 힘이 떨어진다. 게다가 10.7km/L와 7.6km/L의 연비를 내 디젤 엔진의 14.1km/L와 큰 차이를 보인다. 휘발유 모델의 차값이 2,38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유지하면서 느끼는 손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이유로 쏘렌토 R의 메인 심장은 2.2L R 디젤 엔진이다. 이 엔진은 현대 싼타페(175마력), 투싼, 쏘나타 등에 얹은 2.0L급 디젤 엔진을 대체할 목적으로 3년 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차세대 현대·기아의 주력 디젤 엔진이다. 보쉬가 공급하는 1,800기압의 고압 연료분사방식의 제3세대 피에조 인젝터(Piezo-electric injectors) 커먼레일 시스템과 자가진단기능의 전자제어 가변식 터보차저(E-VGT)로 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고효율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와 급속예열기능, 분진필터를 달아 국내 처음으로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킬 만큼 깨끗하다. 여기에 오일 교환이 필요 없는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이러한 차이로 싼타페보다 차값이 평균 50만~100만 원 높다.
2.0L R 엔진도 함께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저가형 모델도 나올 수 있다.
현대 싼타페처럼.
당신을 지켜 줄 동반자
‘안전에 관한 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 검증된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설계했다.’(보도자료 중에서)
방금 태어난 따끈따끈한 쏘렌토 R의 공인기관 충돌 테스트 자료는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 건교부와 북미도로교통안전국, 유로 NCAP 기준의 충돌 테스트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보다 확실한 자료는 시간이 흐른 뒤에 자연스럽게 밝혀질 터. 능동적 차체 제어장치(VDC)와 경사로 저속주행장치(DBC) 및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를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았고 키가 높은 SUV의 특성을 고려해 전복감지 커튼&사이드 에어백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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